2024-12-1  우리들의 이야기 YKC4U

올해의 첫눈이자 폭설이 내린 지난 수요일 아침, 온 세상이 눈꽃으로 가득했던 그날에 예배당 앞길에서는 특별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출근길의 주민들은 마치 미끄럼틀을 타듯 넘어지기도 하고, 차들도 눈썰매처럼 미끄러져 내려왔습니다. 한 아저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말고 저단 기어로 내려오세요!”라고 외쳤지만, 겁에 질린 운전자들은 갈지자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장면만으로도 아찔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때 예배당 앞에서 한 성도가 큰 빗자루로 제설작업에 한창이었습니다. 저를 보시더니, “목사님, 혹시 교회에 눈삽이 있나요?”하며 밝게 웃으셨습니다. 이미 얼굴엔 구슬땀이 가득했습니다. 새벽 이른 시간부터 교회 주변과 도로를 깨끗하게 치우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교역자들이 하나 둘 오면서 제설작업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우리는 저 비탈길에서 내려오는 분들이 안전하도록 하자!’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일부는 교회 앞마당과 주차장을 제설하고, 일부는 자치센터에 가서 염화칼슘을 받아오도록 했습니다. 미끄러운 길을 지나오는 분들에게 선한 영향력, 도움의 손길을 펼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 사이 아파트에서 직원들이 나오고 유치원 선생님들이 나와 미끄러운 비탈길을 정리했습니다. 이웃을 위해 땀을 흘리는 시간은 보람찼습니다. (그날 어느 성도님은 동네에 쌓인 눈을 혼자 치우다 저녁에 앓아 누우셨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연말이 되면 각 방송사에서 방송대상 프로그램을 합니다. 그 중 어릴 때 보고 지금까지 잊지 못하는 장면 하나가 있는데, <올해 KBS를 빛낸 사람들> 시상식이었습니다. 보통 수상자를 호명하기 전에 후보자들을 보여주고 “오늘의 수상자는 아무개입니다. 축하합니다.”라고 하는데, 그 때에 보여준 후보는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 “올해 KBS를 빛낸 사람은, 바로 이분입니다.”하며 화면이 전환되는데, 여의도 KBS본사에 붙어있는 KBS로고를 깨끗하게 닦아내는 청소 업체 직원이었던 것입니다. 말 그대로 KBS를 깨끗하게 빛낸 사람이었습니다. 재치 있는 연출에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우리 교회를 빛낸 사람, 아니 우리 예수님을 빛낸 사람은 바로 그 새벽부터 교회의 계단과 도로의 눈을 열심히 치워주신 그 성도님과 우리 교역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선한 영향력’으로 주변을 밝히고 있는 우리 성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하고 따뜻한 말로, 존중과 격려의 행동으로 주변을 밝히는 염광교회 성도들입니다. 똑똑한 사람 말고 따뜻한 사람,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 말고 주변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가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장영환 목사 드림 (solalogo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