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6  우리들의 이야기 YKC4U

얼마 전 한 성도님과 나눈 이야기입니다. 화물운송 사업 및 유통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인데, 박스나 폐지가 적지 않게 모여 어느 날 한 트럭 가득 싣고 고물상에 가서 판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유리병이나 고철 등을 가져가면 엿이나 돈으로 바꾸어주던 기억이 있어서 세월이 흐른 지금은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한 트럭 정도 수거해 가져가면 꽤 많은 금액이지 않을까요?”

그러자 성도님은 웃으며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아니요. 그렇게 가져가도 한 차에 1만 원 좀 넘게 받았던가 그랬어요. 폐지 1Kg이 50원 정도 가격이었던 것 같아요.”

“아니 그것밖에 안 해요? 오히려 자동차 기름 값이나 수고비가 더 나가겠어요.”

“맞습니다. 너무 금액이 적어 놀랐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리어카에 한가득 가져가셔도 하루에 몇 천원도 못 받으실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후로는 제가 챙기지 않고 수거하는 어르신들이 가져가실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참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예수님, 하나님’ 이런 종교적인 단어 하나 들어가지 않았지만 정말 그리스도인의 믿음이고 하나님이 주신 마음임을 느꼈습니다. 일상 속에서 선한 양심과 따뜻한 마음으로 이웃을 존귀하게 여기는 그분의 마음이 저를 훈훈한 감동 안에 머물게 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며 얼마 전 교회 앞 통일로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교회로 오는 길이었습니다. 보통 불광역에서 녹번역으로 향하는 도로가 막히곤 하지만 그날은 유난히 차들이 많았고 지체되었습니다. 무슨 사고라도 났나 보다 하고 있었는데 지나다 보니 두 차선 중 하나를 폐지가 가득 실린 리어카 한 대가 막고 서 있는 것입니다. 자세히 보니 선 것이 아니라 천천히 가는 중이었습니다. 한 할머님께서 자신보다 몇 배는 되어 보이는 폐지를 가득 싣고 힘겹게 끌고 어디론가 가시는 중이었고 그 뒤로 차들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길게 늘어선 차들 중 단 한 대도 경적을 울린다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비상등을 깜박이며 그 뒤를 천천히 조심스레 운행하며, 다른 차들은 차선을 변경하여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물론 할머님은 그런 상황을 잘 모르셨겠지만 그 순간, 차 안의 사람들과 할머님과 또 무언가가 서로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각자의 언어로, 믿음으로 할머님의 길이 건강하고 안전하길 기도하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와~ 지금 도로 위의 이분들 참 멋지다. 마음이 정말 따뜻하고 감사하다.’

선하고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뭉클한 한 순간을 만들어 냈습니다.

교회 밖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 그리스도인다운 삶인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했던 소중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디서든 이런 순간들의 주인공이, 조연이 되어 하나님의 아름다운 무대를 빛내길 소망합니다.

장영환 목사 드림(solalogo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