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4 우리들의 이야기 YKC4U

지난 12월 초, 처음으로 봉사부장과 봉사부 섬김이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냈습니다. 광고 후에는 우려와 안타까움이 가득했습니다. 문의는 많았으나 지원에 대한 결심은 좀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돌아보면 이 모든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체제와 방향으로 봉사부가 정비되고 안정적으로 출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불투명하고 어려웠던 그 시간, 막막함 안에 드린 기도는 새로운 출발을 가능케 했습니다.

봉사부 모집 기간동안 과거 봉사부의 역할과 역사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각 시대마다의 봉사부의 헌신과 희생은 그 자체로 놀라운 간증이었습니다. 때마다 절기마다 알맞게 구성된 메뉴와 식수에 알맞게 차려진 음식은 그냥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셀 수 없는 시간과 정성이 담긴 레시피를 물려 받고, 때로는 이런 저런 실수를 하기도 하고, 배우는 경험이 모여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주방 일에 참 문외한인 제 눈에는 그동안 모든 것이 간단해 보였고 수월한 일 같아 보였는데,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봉사부가 흘린 땀과 눈물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비로소 와닿았습니다. 수십 년이 흐르도록 봉사부의 자리에서 헌신하신 믿음의 선배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누가 봉사부장을 맡을 것인지 많은 의견이 오고 갔을 뿐 아니라, 봉사부 섬김이 모집도 잘 되지 않아 몸도 마음도 힘들어지는 일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 교회만의 일은 아닙니다. 많은 교회가 코로나를 지나며 식당을 닫았다가 다시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한 교회는 격주로 식사를 제공하는 것도 어려워져 곧 점심제공을 중단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특정 외식 업체를 선정하여 유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교회가 점점 많아지고, 훨씬 간소한 식단으로 중식을 제공하는 교회가 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이런 상황에서도 교회에서 식사를 꼭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이 질문에 적당한 대답은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식사를 나누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면 ‘이 시간이 꼭 필요하다’라고밖에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믿음의 세대분들이 식사하시는 모습에서, 새가족들이 VIP로 섬김을 받으며 밝게 웃는 모습에서, 그리고 젊은 세대와 자녀들이 식탁에 둘러 앉아 교제하는 모습을 보면 예수님과 제자들의 식탁의 교제가 떠오릅니다. 이 땅에 사신 예수님은, 많은 식사를 나누셨고 성경에 관련한 많은 장면이 등장합니다. 예수님은 아셨습니다. 식탁에서의 교제야말로 사람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요. 그 시간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랑과 섬김과 감사가 전해진다는 것을 아셨으니 살아계셨을 때도, 부활하셨을 때에도 어김없이 식탁 앞으로 제자들을 부르셨습니다.

어려운 가운데 2024년도 봉사부가 꾸려졌습니다. 하나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귀한 사역이 이어질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고 지원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섬김이 신청자가 없다는 말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모이신 분들입니다. 그래서 섬기는 분들의 손길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도 더 깊은 감사의 마음으로 식사의 시간을 맞이해야 합니다. 간혹 입맛에 맞지 않는다 하여도 비교하거나 바로 평가하지 마시고 사랑의 마음을 담아 격려와 축복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식당,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공간을 섬기는 분들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항상 표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나의 순서가 되었을 때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그 일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일렁이는 새로운 물결의 파장과 떡을 떼고 나누시며 제자들에 대한 사랑을 흘려보내셨던 예수님의 사랑이 우리 모든 성도들에게 흘러 넘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