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30  목회자 칼럼

언젠가부터 핼러윈(Halloween day)이 땅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상점가는 물론 학원과 학교, 공공시설과 미디어 곳곳에 등장하는 핼러윈 관련 행사와 상품은 가히 크리스마스의 수준을 넘어 설 정도의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서양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핼러윈이 이제는 유치원에서부터 연중행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걸 보며 아마 우리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 이 날을 기념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될지 모른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세대 뿐 아니라 우리도 이런 기념일을 받아들이고 누리고 있습니다.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를 비롯해 짜장면을 먹는 블랙데이나 모 기업의 상품을 이용한 빼빼로데이 같은 날이, 일각에선 상술에 넘어가지 말자고 일침을 가하기도 하지만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날들을 무시할 수는 없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복잡하고 반복되는 일상 가운데 전환이 되어주는 특별한 순간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무조건 다 나쁘다고만 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런 문화와 날들을 대하며, 모두가 하니 나도 한다는 식으로 따라하거나 어떤 의미인지도 생각해보지 않은 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에는 경계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늘 깨어있어야 하는 것은 비단 신앙에 뿐 아니라 문화에 있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문화를 빌미로 우리를 시험에 빠지게 하거나 타락하게 하는 요소들을 정확히 바라보고, 악영향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합니다.

핼러윈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 날에 대한 유래를 검색만 해보아도 주술적인 의미가 담긴 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니, 하나님의 시선을 구하며 우리 자녀들이 잘 분별해 나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며 인도해 나아가야 합니다.

오히려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10월 31일을 핼러윈이 아닌, 종교개혁일로 지켜왔습니다. 단순히 돈을 긁어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면죄부를 판매하자 비텐베르크 성경 교수로 있던 마틴 루터는 1519년 10월 31일에 “95개조 반박문”을 비텐베르크 성 교회의 정문에 게시합니다. 이로써 종교개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10월 31일이 되면 종교개혁자들의 고백,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을 되새기며 우리가 정말 지켜내야 할 신앙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단에서도 종교개혁주일로 이 날을 지키게 된 것입니다.

이 시즌에 우리는 핼러윈 뿐 아니라 세상을 화려하게 잠식하는 것들이 담고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사랑하고 따르는 가치에 얼마큼 집중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영환 목사 드림 (solalogo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