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4  우리들의 이야기 YKC4U

가끔 주변 분들이 저와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놀라시곤 합니다. 혹시 어르신들이 어렵지 않은지, 또 손을 잡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연세 드신 어른들 곁에 있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즐겁습니다. 그건 아마도 제 아버지의 영향 때문일 것입니다. 국민학생 시절 이미 일흔이 훌쩍 넘은 아버지를 “아빠”라 부를 수 있었고, 그분은 늘 따뜻했고 사랑이 많았으며 인생의 경험이 많은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른들을 뵐 때마다 마치 아버지를 만난 듯 손을 잡고 안아 드릴 수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좋아하시지만 어떤 때는 얼마나 낯설어하시는지, 나무처럼 꼿꼿하게 정지상태가 되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멈추고 싶지 않은 마음입니다.

요즘 믿음의 세대 분들을 통해 적지 않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늘 그랬지만 요즘은 그 감동이 더 오래오래 머뭅니다.

일산에 사시는 올해 103세가 되신 권사님은 지금도 자필로 편지를 쓰신 후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내주십니다. 편지엔 늘 미안한 마음, 감사한 마음이 담긴 응원과 격려의 글이 가득합니다. 매주 설교와 주보를 꼼꼼하게 살펴보신다며 보내주시는 편지는 읽다 보면 어느새 눈물이 차오르곤 합니다.

어느 날 한 집사님은 오랜 시간 서시던 찬양대 사역을 내려놓겠다 하셨습니다. 이유는, 이제 여든 중반이 넘었으니 가족들로부터 건강을 생각해 찬양대를 그만하시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40년을 찬양대에서 섬기셨으니 그 아쉬움은 헤아릴 수 없이 크셨을 것입니다. 함께 하셨던 대원들 중 연세가 많은 분들은 지금껏 그 집사님의 모습에 늘 감동해 용기를 내곤 했다 합니다. 얼마나 귀한 일인지 모릅니다. 우리 찬양대원들이 주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그 자리에서 찬미의 제사를 드리는 자가 되기를 바라고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또 한 집사님은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 일대일 제자양육을 다 받으시고 이제는 양육자 훈련에 지원하셨습니다. 그 이유가 무척 감동을 주었습니다. “목사님, 저는 oo장로님이 저보다 10년 이상 많은 연세에도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라고 하시며 신앙의 본이 되는 어른을 보며 열심히 섬기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베트남참전용사로 국가 유공자이신 집사님 한 분을 만나 그 시절 이야기를 잠시 여쭈었을 뿐인데, 마치 제가 전쟁터에 가있는 것처럼 생생하고도 열정적으로 묘사하시는 바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습니다. 그 시절 베트남에서, 독일에서, 중동에서, 그리고 어렵던 우리나라 곳곳에서 피땀 어린 눈물을 흘리며 살아오신 어른들이 계셨기에, 우리는 지금 이 은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감히 그분들 앞에서 나이 들어간다 말하는 것이 외람될지 모르지만 제가 나이 들며 더욱 느끼는 것은, 그 시절을 살아내신 우리 어른들을 정말 존경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때론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을 짊어져야 했지만 끝까지 그 자리를 지켜낸 우리 어른들을 바라보며 존경하고 감사하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앙의 본을 보인 선배이자, 인생의 선생님이 되시고, 나라와 교회와 가정을 위해 온 삶을 다 바쳐 헌신하신 모든 믿음의 세대 어른들에게 거듭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분들에게 사랑을 배우고 하나님을 알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렇게 멋진 어른이 되어가기를 소망하며,

장영환 목사 드림(solalogo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