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4 목회자 칼럼

2018년에 <미스터 선샤인>이란 드라마가 방영되었습니다. 드라마 기획의 의도는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기억해야 할 무명의 의병들”을 조명해보자는 것이었고, 그 드라마는 인기리에 방송되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무명의 의병들, 그들이 원한 것은 돈도 지위도 명예도 아닌 이 나라의 ‘주권’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뼈아픈 근대사를 그려낸 이 드라마를 보며 나라를 지켜낸 수없이 많은 뜨겁고 의로운 이름들의 희생과 각오를 많은 사람들이 잊지 말자 다짐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극본을 담당한 김은숙 작가는 ‘사진 한 장’에서 영감을 얻어 구한말 의병의 역사를 안방극장에 되살렸다고 했습니다. 조선 말기, 일본 앞에 무능했던 조정과 친일파에 분노하며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우던 의병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보고 이 엄청난 스토리를 떠올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사진은 학창시절 교과서에 등장하는(우리에게 익숙한) 의병들의 사진이었고, 드라마 마지막회에 등장하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한 장면이 대작이 된 드라마를 탄생하게 한 핵심이었습니다.

얼마 전 저의 마음에도 두고두고 감동을 줄 한 장면이 내려앉았습니다.

지난 주 중부지방에 8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고 많은 곳에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하루 종일 내린 비는 지하식당의 천장을 타고 흘렀고, 작은 공간들에는 물이 고였고, 본당까지 스며든 빗물에 일부 바닥은 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직원과 교역자 몇 분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저곳에서 성도분들이 달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청년과 집사님, 장로님과 어린 아이들까지 ‘우리 교회의 일이니까’라는 마음으로 염려가 되어 모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밤늦은 시간까지 복구를 위한 작업이 계속되었고, 몇 분은 새벽까지 머물며 더 이상의 피해를 대비하고 살펴주셨습니다.

그 중 한 분과 연락이 되었고 어떻게 오셨는지 물었는데, ‘다행히 제 상황이 가능해서 어려운 상황에 힘을 좀 보탤 수 있었습니다. 청년들 수고가 가장 컸습니다. (어릴 적 꼬마였던 저의 코 묻은 헌금을 모아 지은 성전이라 애정이 많이 가기도 하구요~~~ ^^)’라고 하셨습니다. 더불어 어려운 교회 상황을 듣고 모인 모든 분들의 마음이 다 그랬다고 하셨습니다. 그 날 그분들이 함께 찍으신 사진 한 장은, 앞으로 볼 때마다 어떤 드라마보다 뭉클할 것이고 교회의 역사와 함께하며 두고두고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이 사진은 홈페이지에 게시하겠습니다)

올해는 광복 77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이름도 빛도 없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용감히 투쟁한 영웅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지난 40여 년간 교회와 신앙을 지켜온 신앙의 선배들을 기억합니다. 그분들의 희생과 섬김과 기도로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자유롭게 예배하고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놀랍고 아름다운 일을 이웃과 열방에 드러내는 것이 가능한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희생과 섬김을 통해 이 땅의 위기마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볼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담임목사 장영환 드림 (solalogos@daum.net)